<여자 없는 남자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모음집이다.
이 소설집의 독특한 점은 표제작인 <여자 없는 남자들>이 가장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보통은 표제작이 초반에 있지 않나? 여튼 단편들을 하나씩 해치우며(?) 마지막 챕터에 다다를 때쯤, "이 짧은 분량의 이야기가 과연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이 될 자격이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깨달았다. 이 단편이 아니면 다른 것들은 제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여자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다. 깊은 새벽, 한 남자에게 걸려온 의문의 전화 한 통. 그 전화를 기점으로 남자의 내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명확한 결론도 없다. 그렇지만 역시나 하루키는 이 '아무것도 없음' 속에서 독자의 숨을 멎게 만드는 묘한 긴장감을 이끌어낸다. 그저 한 남자의 독백과 회상만으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힘. "역시 이런 식의 서사를 끌고 가는 데는 하루키가 최고"라는 감탄이 나온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귓가에는 "A Summer Place"의 선율이 맴돌았다. 사실 들어본 적이 없으니 맴돌았다는 건 말이 안되긴 함. 하지만 Youtube에서 찾아서 들어보니 너무나도 찰떡이다. "A Summer Place"를 반복 재생시켜 놓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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