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Book][2015-8][그래픽노블]쥐 - 아트 슈피겔만



쥐 - 아트 슈피겔만

  아트 슈피겔만의 그래픽 노블 는 단순한 만화 이상의 깊이를 가진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20주년 기념 합본을 통해 다시 만난 는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준다. 처음 쥐를 읽었던 때의 기억은 희미하지만(중고등학생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다시 읽으며 느낀 감정은 훨씬 선명하고 깊다.

  쥐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작가의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가족과 생명을 잃고도 살아남아야 했던 인간의 고통과 끈질긴 생존 본능이 담담하게 묘사된다.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참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억이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한다. 작가가 아버지를 인터뷰하며 경험하는 갈등과 상처,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로 인해 겪는 트라우마까지,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복잡한 얽힘을 충실히 드러낸다.

  특히 충격적인 점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블라덱이 또 다른 인종, 특히 흑인에 대해 차별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나치의 인종차별과 학살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금 다른 이들을 차별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모순과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런 아이러니는 단순히 비난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블라덱의 모습을 보며 “결국 인간은 인간일 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슈피겔만의 그림은 잘 그린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홀로코스트의 끔찍함이 오히려 담담하게 전개되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과거의 고통을 더 깊게 느끼도록 만든다.

  쥐는 단순히 홀로코스트를 기록한 역사적 작품을 넘어, 기억과 트라우마, 인간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아픈 역사를 다루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우리가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 아가사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And then there were none - Agatha Christie Ten Little Soldier Boys Ten little soldier boys went out to dine; One choked his little self, and then there were nine. Nine little soldier boys sat up very late; One overslept himself, and then there were eight. Eight little soldier boys traveling in Devon; One said he’d stay there, and then there were seven. Seven little soldier boys chopping up sticks; One chopped himself in halves, and then there were six. Six little soldier boys playing with a hive; A bumblebee stung one, and then there were five. Five little soldier boys going in for law; One got in chancery, and then there were four. Four little soldier boys going out to sea; A red herring swallowed one, and then there were three. Three little soldier boys walking in the zoo; A big bear hugged one, and then there were two. Two little soldier boys sitting in the sun; One got frizzled up, and then there was one. One little soldier boy left all alone; He went and hanged himself, and th...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1 그 도시에 가고 싶다고, 나는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그곳에서 진짜 너를 만나고 싶다고. "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쌓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 너는 말한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하든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일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5p - 여기서 " 진짜 너 "라는 말이 나에게는 " 진짜 나 "라고 들렸다. 그리고 도시로 가기 위해서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문장에서 많은 것들을 남겨놓고 밴쿠버에 온 내 자신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가족들, 언제나 즐겁게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야기들이 귀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들리는 익숙함까지.... #2 "맞아, 그런데 하나 기억해줘. 만약 내가 그 도시에서 너를 만난다 해도, 그곳에 있는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6p - 그리고 위의 문장에서 진짜 너의 만남이 새로운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전의 관계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관계가 맺어진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다. 마치 나에게 군대 시절처럼 말이다. 군대가기 전까지의 내 대학생활은 얌전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보니 대학 동기들에게 그렇게 기억되어져 갔다. 가끔씩 나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계기가 없었다. 하지만 군대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복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교에 돌아오니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전의 동기들이 학년이 다르거나 군대에 가 있거나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었으니... ...

카산드라의 거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카산드라의 거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웃음] 이후에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라는 호기심과 함께, 그가 다루는 주제가 항상 방대하고 심오하다는 점이었다. 이번 [카산드라의 거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소설의 주제는 ‘미래’ .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거대함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베르베르의 초기 작품인 [아버지들의 아버지] , [천사들의 제국] , [타나토노트] 를 읽을 때는 이 거대함 속에서도 빨려들어갈 듯한 흡입력이 있었다. 이야기가 조금 황당해도 재미있었고, 그의 상상력을 따라가는 즐거움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카산드라의 거울] 에서는 그 거대함이 오히려 동떨어진 느낌으로 다가왔다. [카산드라의 거울] 은 분명 베르베르다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방대한 상상력, 철학적 메시지,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 인류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선까지, 그만의 스타일이 여전히 나타난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너무 익숙해 졌는지 조금 식상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그를 놓아주어야 할 때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