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젠가 읽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책. 마치 처음 접하는 소설처럼 빠져들어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내가 너무 어렸거나, 그냥 흘려 읽었거나. 기억나는 건 ‘와타나베’라는 이름 정도. 그때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지도.
이번에 다시 읽으며 느낀 건, 상실의 시대는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에게 완전히 다가갈 수 없고, 미도리는 가족의 부재 속에서도 씩씩한 척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다. 나가사와는 모든 걸 가졌지만 결국 공허함을 피할 수 없고, 레이코는 과거에 묶여 있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잃고, 상실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상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루키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과 사물, 그리고 공허한 순간들 속에서 감정을 보여준다.
미도리가 병실에서 와타나베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
"내 옆에 있어줘"라고 했던 장면,
레이코가 기타를 치며 마지막 밤을 보내던 장면.
그 어떤 긴 대사보다, 그 순간들이 더 많은 걸 말해준다.
이번에 다시 읽고 나서야 이 소설이 제대로 와닿는 건, 그사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저 흘려보냈던 문장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마음에 남는다. 젊음과 사랑, 그리고 상실이란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것이 아닐까.
P.S. 그래도 비틀즈의 Norwegian Wood는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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