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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 아가사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And then there were none - Agatha Christie


Ten Little Soldier Boys

Ten little soldier boys went out to dine;
One choked his little self, and then there were nine.

Nine little soldier boys sat up very late;
One overslept himself, and then there were eight.

Eight little soldier boys traveling in Devon;
One said he’d stay there, and then there were seven.

Seven little soldier boys chopping up sticks;
One chopped himself in halves, and then there were six.

Six little soldier boys playing with a hive;
A bumblebee stung one, and then there were five.

Five little soldier boys going in for law;
One got in chancery, and then there were four.

Four little soldier boys going out to sea;
A red herring swallowed one, and then there were three.

Three little soldier boys walking in the zoo;
A big bear hugged one, and then there were two.

Two little soldier boys sitting in the sun;
One got frizzled up, and then there was one.

One little soldier boy left all alone;

He went and hanged himself, and then there were none.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스터리 소설 중 하나다. 이번에 영어 원서로 읽어보았는데, 그녀의 문체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 등을 원어 그대로 느낄 수 있어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특히,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요가 이전에 접했던 번역본에서는 열 개의 인디언 인형으로 표현되었지만, 원서에서는 열 개의 병사 인형(Ten Little Soldier Boys)으로 나와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 작은 차이가 이야기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다르게 만들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워낙 유명해서 이미 여러 작품에서 인용된 것을 본 적이 있다. 특히 소년탐정 김전일과 같은 탐정물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을 본 적이 있어서, 주요 반전이나 결말이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티가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즉 인물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과정에서 서서히 고조되는 긴장감과 극한의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심리를 묘사하는 방식은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외딴 섬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점점 더 의심과 공포에 사로잡히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몰입감이 뛰어났다.

또한, 각 캐릭터가 저마다 과거에 저지른 죄를 숨기고 있으며, 죽음을 앞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단순한 추리소설을 넘어 인간 본성과 도덕적 딜레마를 탐구하는 요소가 있어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서로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 특유의 문장 구성과 분위기 연출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뜻 깊은 독서 경험이었다. 미스터리 장르의 고전으로서 이 작품이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이유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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