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1
그 도시에 가고 싶다고, 나는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그곳에서 진짜 너를 만나고 싶다고. "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쌓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 너는 말한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하든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일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5p -
여기서 "진짜 너"라는 말이 나에게는 "진짜 나"라고 들렸다. 그리고 도시로 가기 위해서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문장에서 많은 것들을 남겨놓고 밴쿠버에 온 내 자신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가족들, 언제나 즐겁게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야기들이 귀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들리는 익숙함까지....
#2
"맞아, 그런데 하나 기억해줘. 만약 내가 그 도시에서 너를 만난다 해도, 그곳에 있는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6p -
그리고 위의 문장에서 진짜 너의 만남이 새로운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전의 관계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관계가 맺어진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다.
마치 나에게 군대 시절처럼 말이다. 군대가기 전까지의 내 대학생활은 얌전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보니 대학 동기들에게 그렇게 기억되어져 갔다. 가끔씩 나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계기가 없었다. 하지만 군대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복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교에 돌아오니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전의 동기들이 학년이 다르거나 군대에 가 있거나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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