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장』 – 조용히 스며드는 섬뜩한 괴담
한 달여 만에 다시 책을 들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를 멀리했던 나를 반성하며, 이번엔 정말 신중하게 골랐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고른 책은 미쓰다 신조의 『사관장』
이 작가의 작품은 몇 권 읽어봤기에 그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덕분에 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책장을 열었다.
표지는 대놓고 무서운 느낌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묘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역시 미쓰다 신조답게,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야기는 어린 주인공이 아버지를 따라 오래된 명문가의 저택에 머무르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겪는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체험은 단순한 공포라기보다는, 점점 현실을 침범하는 불안감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뒤, 주인공이 다시 그 장소를 찾으면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묘한 사건이 교차되며 섬뜩한 분위기를 더한다.
읽는 내내 마치 어릴 적 어른들께 들었던 무서운 옛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지만, 미쓰다 신조 특유의 디테일하고 절제된 묘사 덕분에 훨씬 더 리얼하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조여오는 긴장감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모든 것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아, 찜찜한 여운을 남긴다. 알고 보니 이 작품은 후속작인 『백사당』 이어지는 이야기. 다행히 다음 작품도 도서관에서 함께 빌려왔기에, 곧 이어서 읽어볼 생각이다.
전형적인 자극적인 공포 대신, 서늘하고 기이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사관장』은 미쓰다 신조 특유의 괴이한 정서가 잘 살아있는 작품으로, 다시금 그만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든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