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을 알린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그의 작품은 늘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 내가 읽은 게이고의 작품들이 대부분 추리 소설이었기에 이번 책도 자연스레 그런 장르를 기대했지만,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 작품이었다. 추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워 보이고 오히려 드라마에 가까운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추리 소설이 아닌 [비밀]이라는 작품이었으니 이는 작가가 꼭 추리 소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다.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를 읽으며 깨달은 것은, 잘 쓰여진 소설이란 단순히 화려한 문장이나 충격적인 반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특별한 트릭이나 복잡한 추리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책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책장이 저절로 넘어가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작가의 이야기 구성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느끼게 한다.
물론 몇몇 장면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 우연에 지나치게 의존한 부분이 눈에 띄지만, 이러한 점이 전반적인 독서의 재미를 해치지는 않는다. 긴장감 넘치는 추리 소설 대신, 인간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P.S. 완벽한 트릭이나 치밀한 추리를 기대한다면, 이 작품보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추리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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