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Book][2016-13][소설] 미쓰다 신조 『백사당』



『백사당』 – 현실과 맞닿은 괴담, 더 짙어진 공포


미쓰다 신조의 『사관장』을 다 읽고 난 뒤, 이어지는 연작이라는 말에 곧바로 손에 든 책이 『백사당』이었다. 이번 작품은 『사관장』에서의 괴이한 체험을 겪은 주인공이, 괴담 전문 출판사의 편집장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또 다른 기묘한 이야기, 『백사당』의 문이 열린다.

『사관장』을 읽으면서는 "생각보다 으시시하지 않네?" 싶은 여운이 남았지만, 『백사당』은 그런 생각을 바로 뒤집는다. 읽는 내내 섬뜩한 분위기가 짙어지고, 한 장면에서는 정말 공포 영화를 볼 때처럼 '깜짝!' 놀라기도 했다. 활자로 전달되는 이야기인데도 이 정도의 몰입감이라니, 작가의 구성력은 다시 봐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더 무섭게 느껴졌던 이유는, 전작보다 현대적 배경이 중심이기 때문인 것 같다.
현실과의 거리감이 적어서인지, "정말 어딘가에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몰라"라는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단순히 귀신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괴담을 하나의 미스터리처럼 풀어가는 과정이 오히려 공포를 더욱 증폭시킨다.

전작 『사관장』이 클래식한 괴담의 맛이라면, 『백사당』은 현대 괴담의 세련된 공포라고 할까.
조용히,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독자의 마음을 조이는 작품이다.

TL;DR 여름밤, 에어컨 바람에 이불을 덮고 읽기 딱 좋은 괴담 소설.

『백사당』은 단순한 호러가 아니라 정교하게 짜인 이야기 속에서 느끼는 공포라 더 오래 남는다.『사관장』을 읽은 분들이라면 꼭 이어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더 깊고 더 섬뜩한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 아가사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And then there were none - Agatha Christie Ten Little Soldier Boys Ten little soldier boys went out to dine; One choked his little self, and then there were nine. Nine little soldier boys sat up very late; One overslept himself, and then there were eight. Eight little soldier boys traveling in Devon; One said he’d stay there, and then there were seven. Seven little soldier boys chopping up sticks; One chopped himself in halves, and then there were six. Six little soldier boys playing with a hive; A bumblebee stung one, and then there were five. Five little soldier boys going in for law; One got in chancery, and then there were four. Four little soldier boys going out to sea; A red herring swallowed one, and then there were three. Three little soldier boys walking in the zoo; A big bear hugged one, and then there were two. Two little soldier boys sitting in the sun; One got frizzled up, and then there was one. One little soldier boy left all alone; He went and hanged himself, and th...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1 그 도시에 가고 싶다고, 나는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그곳에서 진짜 너를 만나고 싶다고. "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쌓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 너는 말한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하든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일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5p - 여기서 " 진짜 너 "라는 말이 나에게는 " 진짜 나 "라고 들렸다. 그리고 도시로 가기 위해서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문장에서 많은 것들을 남겨놓고 밴쿠버에 온 내 자신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가족들, 언제나 즐겁게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야기들이 귀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들리는 익숙함까지.... #2 "맞아, 그런데 하나 기억해줘. 만약 내가 그 도시에서 너를 만난다 해도, 그곳에 있는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6p - 그리고 위의 문장에서 진짜 너의 만남이 새로운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전의 관계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관계가 맺어진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다. 마치 나에게 군대 시절처럼 말이다. 군대가기 전까지의 내 대학생활은 얌전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보니 대학 동기들에게 그렇게 기억되어져 갔다. 가끔씩 나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계기가 없었다. 하지만 군대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복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교에 돌아오니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전의 동기들이 학년이 다르거나 군대에 가 있거나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었으니... ...

카산드라의 거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카산드라의 거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웃음] 이후에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라는 호기심과 함께, 그가 다루는 주제가 항상 방대하고 심오하다는 점이었다. 이번 [카산드라의 거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소설의 주제는 ‘미래’ .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거대함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베르베르의 초기 작품인 [아버지들의 아버지] , [천사들의 제국] , [타나토노트] 를 읽을 때는 이 거대함 속에서도 빨려들어갈 듯한 흡입력이 있었다. 이야기가 조금 황당해도 재미있었고, 그의 상상력을 따라가는 즐거움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카산드라의 거울] 에서는 그 거대함이 오히려 동떨어진 느낌으로 다가왔다. [카산드라의 거울] 은 분명 베르베르다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방대한 상상력, 철학적 메시지,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 인류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선까지, 그만의 스타일이 여전히 나타난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너무 익숙해 졌는지 조금 식상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그를 놓아주어야 할 때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