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불안』 – 나는 지금 왜 불안한가?
꽤 오래전에 전자책으로 구입해 틈틈이 읽어온 책이다. 단숨에 읽은 책은 아니라 그런지,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인상은 솔직히 없다. 하지만 어딘가 마음에 남은 문장들과, 그가 던지는 질문들이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다. 단순히 "왜 불안한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고, 그 불안이 어떻게 사회 구조 속에서 만들어지고 조장되는지 탐색해 들어간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과거에는 가난이 ‘정직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난이 점점 게으름이나 능력 부족으로 인식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문득 드는 의문도 있었다.
“이건 서양 기준 아닌가?”
한국 사회에선 과거에도 가난은 그저 가난이었고, 그다지 미화되거나 낭만적인 이미지로 포장되지 않았다. 오히려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냉정한 시선은 늘 존재해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책에서 이야기하는 분석이 흥미롭긴 했지만 온전히 공감되진 않았다.
한국 사회 특유의 경쟁 중심 문화 속에서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더 뿌리 깊고, 좀 더 무거운 방식으로 체감된다. 알랭 드 보통은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서구식 배경 속에서만 시선을 머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그 틈에 책장을 넘기며 읽기에 좋은 책. 하지만 온전히 몰입하고자 한다면, 한 번에 집중해서 읽는 게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띄엄띄엄 읽으면 남는 게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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