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 아트 슈피겔만 아트 슈피겔만의 그래픽 노블 쥐 는 단순한 만화 이상의 깊이를 가진 작품이다. (그래픽 노블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20주년 기념 합본을 통해 다시 만난 쥐 는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준다. 처음 쥐를 읽었던 때의 기억은 희미하지만(중고등학생 정도 되지 않았나 싶다), 다시 읽으며 느낀 감정은 훨씬 선명하고 깊다. 쥐 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작가의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가족과 생명을 잃고도 살아남아야 했던 인간의 고통과 끈질긴 생존 본능이 담담하게 묘사된다.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참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억이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탐구한다. 작가가 아버지를 인터뷰하며 경험하는 갈등과 상처,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로 인해 겪는 트라우마까지,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복잡한 얽힘을 충실히 드러낸다. 특히 충격적인 점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블라덱이 또 다른 인종, 특히 흑인에 대해 차별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나치의 인종차별과 학살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금 다른 이들을 차별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모순과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런 아이러니는 단순히 비난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블라덱의 모습을 보며 “결국 인간은 인간일 뿐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슈피겔만의 그림은 잘 그린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홀로코스트의 끔찍함이 오히려 담담하게 전개되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과거의 고통을 더 깊게 느끼도록 만든다. 쥐 는 단순히 홀로코스트를 기록한 역사적 작품을 넘어, 기억과 트라우마, 인간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아픈 역사를 다루지만, 그 아픔 속에서도 우리가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