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5월, 2016의 게시물 표시

[Book][2016-12][소설]오베라는 남자 -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 – 까칠하지만 따뜻한 츤데레의 인생 이야기 아마 작년에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이번에 책을 펼치자마자, ‘아, 이 남자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는 느낌이 딱 왔다. 무뚝뚝하고, 융통성 없고, 까칠하기까지. 그리고 자연스레 떠오른 영화 속 인물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잭 니콜슨. 딱 그 느낌이다. 누가 봐도 까다롭고 골치 아픈 이웃, 하지만 어딘가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이야기의 전개도 예상 밖은 아니다. 처음부터 이미 결말이 어느 정도 그려지고, 예측대로 흘러간다. 하지만 이 책이 진짜 빛나는 지점은 그 과정이다. 결론은 익숙할 수 있어도, 오베라는 인물의 변화와 그를 둘러싼 이웃들과의 관계는 예상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읽다 보면 점점 드러나는 오베의 츤데레 매력. 겉으론 뾰족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정직하고 따뜻한 그 사람. 그리고 그 옆엔, 그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사랑한 여인 소냐가 있다. 오베라는 남자가 세상에게는 까칠한 노인처럼 보일지 몰라도, 소냐는 그 안의 숨겨진 따뜻함을 처음부터 알아본 유일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세상 누구도 못 알아보는 한 사람의 매력을 누군가는 알아봐 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큰 축복 아닐까?" 『오베라는 남자』는 유쾌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예상 가능한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들이 빛을 발한다. 가볍게 읽기 좋지만, 읽고 나면 은근히 여운이 오래 남는 그런 책인 것 같다.

[Book][2016-11][소설]미쓰다 신조 『사관장』

『사관장』 – 조용히 스며드는 섬뜩한 괴담 한 달여 만에 다시 책을 들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를 멀리했던 나를 반성하며, 이번엔 정말 신중하게 골랐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고른 책은 미쓰다 신조의 『사관장』 이 작가의 작품은 몇 권 읽어봤기에 그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덕분에 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책장을 열었다. 표지는 대놓고 무서운 느낌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묘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역시 미쓰다 신조답게,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야기는 어린 주인공이 아버지를 따라 오래된 명문가의 저택에 머무르면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겪는 설명할 수 없는 괴이한 체험은 단순한 공포라기보다는, 점점 현실을 침범하는 불안감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30여 년이 흐른 뒤, 주인공이 다시 그 장소를 찾으면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묘한 사건이 교차되며 섬뜩한 분위기를 더한다. 읽는 내내 마치 어릴 적 어른들께 들었던 무서운 옛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지만, 미쓰다 신조 특유의 디테일하고 절제된 묘사 덕분에 훨씬 더 리얼하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잔잔하게 흘러가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조여오는 긴장감이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모든 것이 명쾌하게 풀리지 않아, 찜찜한 여운을 남긴다. 알고 보니 이 작품은 후속작인 『백사당』  이어지는 이야기. 다행히 다음 작품도 도서관에서 함께 빌려왔기에, 곧 이어서 읽어볼 생각이다. 전형적인 자극적인 공포 대신, 서늘하고 기이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사관장』은 미쓰다 신조 특유의 괴이한 정서가 잘 살아있는 작품으로, 다시금 그만의 세계관에 빠져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