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Book][2015-38]성녀의 구제 - 히가시노 게이코

히가시노 게이고『성녀의 구제』– 믿고 보는 유가와 교수와 구사나기 형사의 콤비

[용의자 X의 헌신]이후 유가와 마나부 교수와 구사나기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라면 언제나 기대감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성녀의 구제』 역시 비슷한 스타일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와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구조는 범인을 초반에 공개하면서 시작된다는 점 입니다. 이 것 또한 [용의자 X의 헌신]과 같은 지점입니다. 이렇게 바로 범인을 공개하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지?”

그리고 그 물음에 답하는 것은 기묘하고 치밀한 트릭입니다.
독자가 속아넘어가게 되는 과정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아주 정교하게 설계해두었고,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은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재미가 있습니다.

사건의 배경이 어떻게 전개되든, 이 시리즈가 기대되는 이유는 역시 유가와 교수의 등장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 『성녀의 구제』에서도 그의 논리적이고 차분한 추리력은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범인이 저지른 범행의 실마리를 조금씩 끄집어내는 과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설득력이 있죠.

히가시노 게이고 팬이라면 당연히, 유가와 교수 시리즈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 아가사 크리스티 (Agatha Christie)

And then there were none - Agatha Christie Ten Little Soldier Boys Ten little soldier boys went out to dine; One choked his little self, and then there were nine. Nine little soldier boys sat up very late; One overslept himself, and then there were eight. Eight little soldier boys traveling in Devon; One said he’d stay there, and then there were seven. Seven little soldier boys chopping up sticks; One chopped himself in halves, and then there were six. Six little soldier boys playing with a hive; A bumblebee stung one, and then there were five. Five little soldier boys going in for law; One got in chancery, and then there were four. Four little soldier boys going out to sea; A red herring swallowed one, and then there were three. Three little soldier boys walking in the zoo; A big bear hugged one, and then there were two. Two little soldier boys sitting in the sun; One got frizzled up, and then there was one. One little soldier boy left all alone; He went and hanged himself, and th...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1 그 도시에 가고 싶다고, 나는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 그곳에서 진짜 너를 만나고 싶다고. "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쌓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 너는 말한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하든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 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일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5p - 여기서 " 진짜 너 "라는 말이 나에게는 " 진짜 나 "라고 들렸다. 그리고 도시로 가기 위해서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문장에서 많은 것들을 남겨놓고 밴쿠버에 온 내 자신이 떠올랐다. 사랑하는 가족들, 언제나 즐겁게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그리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이야기들이 귀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들리는 익숙함까지.... #2 "맞아, 그런데 하나 기억해줘. 만약 내가 그 도시에서 너를 만난다 해도, 그곳에 있는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6p - 그리고 위의 문장에서 진짜 너의 만남이 새로운 자신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전의 관계들이 정리되고 새로운 관계가 맺어진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다. 마치 나에게 군대 시절처럼 말이다. 군대가기 전까지의 내 대학생활은 얌전하고 조용한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첫 단추를 잘 못 끼웠는지 모르겠지만 어쩌다보니 대학 동기들에게 그렇게 기억되어져 갔다. 가끔씩 나의 다른 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계기가 없었다. 하지만 군대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복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학교에 돌아오니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전의 동기들이 학년이 다르거나 군대에 가 있거나 같은 타이틀을 달고 있었으니... ...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그 언젠가 읽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책. 마치 처음 접하는 소설처럼 빠져들어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내가 너무 어렸거나, 그냥 흘려 읽었거나. 기억나는 건 ‘와타나베’라는 이름 정도. 그때는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지도.   이번에 다시 읽으며 느낀 건, 상실의 시대는 단순한 성장 소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와타나베는 나오코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에게 완전히 다가갈 수 없고, 미도리는 가족의 부재 속에서도 씩씩한 척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다. 나가사와는 모든 걸 가졌지만 결국 공허함을 피할 수 없고, 레이코는 과거에 묶여 있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잃고, 상실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상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루키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과 사물, 그리고 공허한 순간들 속에서 감정을 보여준다. 나오코와 와타나베가 숲 속을 거닐던 장면, 미도리가 병실에서 와타나베에게 갑자기 전화를 걸어 "내 옆에 있어줘" 라고 했던 장면, 레이코가 기타를 치며 마지막 밤을 보내던 장면. 그 어떤 긴 대사보다, 그 순간들이 더 많은 걸 말해준다.   이번에 다시 읽고 나서야 이 소설이 제대로 와닿는 건, 그사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저 흘려보냈던 문장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마음에 남는다. 젊음과 사랑, 그리고 상실이란 결국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것이 아닐까. P.S. 그래도 비틀즈의 Norwegian Wood는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