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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2015-22][소설]레프트 오버 - 톰 페로타

단언컨대 이 소설을 읽은 건 진리의 HBO에서 방영하는 미드의 원작이었기 때문이다. 미드는 보지 않았지만 내용은 모르지만 이유없이 사라진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므로 당연히 두근거리며 보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른 진행. 당연히 사람들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숨막히는 추적이 있거나 스티븐 킹의 [언더 더 돔]처럼 소도시를 장악하려는 권력투쟁 따위는 없었다. 그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었다. 새로운 사이비 종교들이 생기고 여기에 한 가족이 휘말리기도 하고 살인 사건도 두 건이나 일어나지만 긴박하고 손에 땀을 쥐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이렇게 빨리 보게된 것은 순전히 작가의 심리묘사 능력 때문이다. ( 사실 책을 5일만에 본 건 엄청난 속도가 아니지만 전담육아 중인 현 시점에는 번개와 같은 속도라고 하겠다. ) 보면 볼 수록 우리 주인공 아저씨는 참 불쌍하다. 가족 중 아무도 사라지지 않는 행운을 가졌지만 부인과 아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딸은 탈선까지. 우리나라 같으면 사이비 단체에 찾아가서 난리를 쳤을텐데 마인드가 참 다르네. 다 읽고 나면 뭔가 계몽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든다. 추천은 해 줄수 있으나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안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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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의 거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웃음] 이후에 오랜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었다. 그의 작품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라는 호기심과 함께, 그가 다루는 주제가 항상 방대하고 심오하다는 점이었다. 이번 [카산드라의 거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소설의 주제는 ‘미래’ .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그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거대함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베르베르의 초기 작품인 [아버지들의 아버지] , [천사들의 제국] , [타나토노트] 를 읽을 때는 이 거대함 속에서도 빨려들어갈 듯한 흡입력이 있었다. 이야기가 조금 황당해도 재미있었고, 그의 상상력을 따라가는 즐거움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카산드라의 거울] 에서는 그 거대함이 오히려 동떨어진 느낌으로 다가왔다. [카산드라의 거울] 은 분명 베르베르다운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방대한 상상력, 철학적 메시지,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 인류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선까지, 그만의 스타일이 여전히 나타난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너무 익숙해 졌는지 조금 식상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그를 놓아주어야 할 때인 듯 하다.